Q. 보미님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임보미 님 안녕하세요, 저는 요가와 명상의 안내자 임보미 입니다. 지금은 [도시 명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삶과 일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영감을 드리고 있습니다.
Q. [도시 명상]은 무엇을 하는 프로그램인가요?
임보미 님 [도시 명상] 프로그램은 [빠른 도시의 일상에서 느린 시간을 만드는 명상적 취미 활동]이라는 카피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정말 말 그대로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가 길을 걸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바라보고 걸으면 걸음이 굉장히 빨라져요. 하지만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의식하다 보면 걸음이 꽤 느려집니다. 그리고 저는 이 느림의 순간이 결국 명상의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도시 명상]은 움직이는 모든 활동에서 이런 느림의 순간들을 함께 발견해보자는 프로그램이에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의식적으로 사는 세상은 느려질 것이기에, [빠른 도시의 일상에서 느린 시간을 만드는 명상적 취미 활동, 도시 명상]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도시 명상]의 여러가지 프로그램 중 ‘달리기 명상’의 한 장면. 잠원 한강공원에서 진행된다. (사진 제공 : 양광석 @guang0)
Q. [명상] 앞에 [도시]라는 단어가 붙은 것이 굉장히 특색있다고 생각했어요. 도시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명상의 방법이 있는 걸까요?
임보미 님 도시에서만 할 수 있는 도시 명상의 방법이 있지는 않아요. 다만 도시는 모든 게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느리게 흘러가는 찰나의 시간을 더욱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대비가 더욱 잘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명상이라고 하면 정말 진지하게 마음을 먹어야 할 것 같고, 무언가 특정한 방식이 있거나 고리타분할 것 같잖아요. 하지만 조금만 넓게 바라보면 빠른 도시 속에서 느끼는 작은 느림의 순간도 얼마든지 명상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Q. 일상 속 사소한 순간도 명상이 될 수 있군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순간이 명상이 될 수 있을까요? 조금의 힌트가 있다면 더 알아차리기 쉬울 것 같아요.
임보미 님 음, ‘눈앞의 상황을 온전히 즐겼던 경험’이라고 할까요? 다른 생각 없이 현재에 몰입하는 순간들이요. 내가 지금 눈으로 보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충분히 알아차리고 느끼는 것이 명상의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지난번에 제가 올린 인왕산의 3분 초 쉼터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시고는 어디냐고 물어보셨잖아요, 실제로 갔다 오시기도 했고요. 예를 들면, 그런 곳에 가는 이유를 생각해보는 거예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내가 왜 이곳에 가려고 하는 걸까’에 대해서 주체적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에요. 조금 더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주체적으로 느끼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시간이요.
인왕산 3분초 쉼터의 외관 전경
Q. ‘인왕산 3분초 쉼터를 왜 갔는가?’ 그러고보니 굳이 질문해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냥 좋아 보여서’라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들기까지 무수한 생각의 단계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임보미 님 맞아요. ‘나는 왜 그 공간이 좋아 보였을까?’, ‘왜 내가 이곳에 가고 싶어 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요. 그런 질문을 통해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고, 그렇기에 지금 내가 이것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아채는 거예요.
저는요, 정말 바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어요.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였거든요. 일정하지 않은 근무 일정 사이에 달리기하러 다니고, 수영하고, 자전거 타고, 요가도 하고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왜 그렇게까지 했는데? 그래서 뭐가 남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물론 몸이 건강해진 건 있어요).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그렇게까지 노력했어야 했는지 되묻게 되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항상 한 걸음 물러서서, 내가 지금 이걸 왜 하려고 하는지 자신에게 물어요. 지금 시간이 남았으니까 빨리 뭐라도 해 오늘 몫의 운동하는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또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행동하기보다 그저 순수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순간을 만끽하는 것. 그 마음가짐의 차이가 어마어마 하더라고요.
잠원 한강공원에서 진행된 ‘달리기 명상’ 프로그램 도중, 눈을 돌려 한강을 바라보는 모습 (사진 제공 : 양광석 @guang0)
Q. 마음가짐의 차이라니,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임보미 님 잠시 말씀드렸듯이 저는 간호학과를 나왔어요. 간호학과의 시간표는 거의 고등학교와 같아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표가 굉장히 촘촘하게 짜여져있거든요. 수업이 끝나면 과제하고, 공부하고, 쪽지시험을 봅니다. 저를 포함한 모두가 참 치열하고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저는 가끔 그게 너무 힘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 저에게 운동은 공부에서 잠시 멀어져도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좋은 합리화의 수단이었어요. 공부를 쉬어가는 이유가 운동이라면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했던거예요. ‘이 것도 나를 위한 거지, 내가 열심히 사는 방법 중에 하나잖아’라고 되뇌이면서요. 그래서 정말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마라톤 완주도 하고, 수영도 했고요, 자전거도 타면서 철인 3종 경기까지 출전했습니다.
그런데 되돌아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때의 저는 그저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매몰되었던 것 같아요. ‘내 친구들도 다 열심히 살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다 열심히 살고,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저렇게 치열하게 사는데, 내가 이 시간에 놀면 안돼. 게을러지면 안돼. 뭐라도 열심히 해야돼.’ 라는 생각이요. 만약에 하루에 목표한 운동량을 채우지 못하면 죄책감도 가지게 되고요.
place1-3에서 진행된 [도시 명상] 프로그램의 순간
그런데 요가와 명상을 배워가면서 그 생각 뒤에 숨은 마음을 알아차렸어요. 그 모든 게 사실 진정으로 나를 위한 운동이 아니라, 쉼에 대한 합리화, 또는 열심히 사는 사람 처럼 보여지고 싶었던 저만의 방어 체계였던거예요. 그 알아차림 이후부터는 그 시간을 온전히 즐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보여지기 위해 무언가를 하기 보다 그 순간을 내가 즐기기 위해서 하자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체력을 깎아먹어가면서까지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딱 기분 좋을 만큼만. 오늘 날이 너무 좋으면 그 날씨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만큼만 뛰고, 씻고, 출근하고요. 퇴근을 하고 밖에 나왔는데 몸이 찌뿌둥하다면 자전거를 타면서 바람을 맞는거예요.
이 마음을 알아차리고나면 하루 중 꽤나 많은 순간이 훨씬 자유로워지고, 충만해집니다. 이 마음이 [도시 명상] 프로그램의 큰 영감이 되어주었어요. 등산과 프리다이빙 같이 일상과 맞닿은 취미활동을 중심으로 [도시 명상] 프로그램을 꾸려나가고 싶은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만약 내가 등산을 좋아한다면 그 등산을 왜 좋아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 시간에 내가 있을 수 있는지 알아차리게 해드리고 싶었거든요.
[등산 명상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던 인왕산의 모습. 계단을 걷는 도중 멈추어 뒤를 보았을 때 펼쳐지는 풍경
Q. 말씀해주신 프로그램 중 등산과 명상을 조합한 클래스가 조금 더 궁금해요. 어떤 걸 경험할 수 있는건가요?
임보미 님 보통 등산의 목표는 정상 완등인 경우가 많아요. 그 과정들 속에서도 계속해서 ‘뭐 먹지? 정상에 얼른 가고 싶다. 잠깐 쉬었다가 정상에 가야지. 아 저 나무 되게 예쁘다. 그런데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등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이번 등산 명상 프로그램에서는 앞으로 오를 산의 정상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 집중했습니다.
[등산 명상] 프로그램의 순간 (사진제공 : 임보미 @imbommi)
우선 계단이 정말 많은 산을 활용했어요. 방법은 이래요. 시선을 아래로 두고 열 다섯 계단을 오른 다음 허리를 펴고 뒤를 돌아봐요. 그다음 열 다섯 계단을 하나, 둘, 셋, 넷 카운트하면서 올라가고, 그리고 다시 허리를 펴고 뒤를 봐요. 내가 어디쯤 올라가고 있는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계속 확인하는 거예요. 정상이 미래라면 지금 내가 밟고 있는 땅은 현재이니 거기에 집중하는 거죠. 한 계단, 두 계단 숫자를 차근차근 세면서 등산하는 그 과정이 모두 내가 지금, 이 순간에 현존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정상에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거냐며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등산이 끝나고 나서는 모두들 정말 좋아하셨어요. 등산 명상을 경험하신 분들은 이 멈춤의 시간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숨가쁘게 바쁜 어느 날 문득 그 멈춤의 시간을 떠올리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열 다섯 계단을 오르고 뒤를 돌아봤던 것 처럼, 잠깐 나를 멈추고 돌아봐야 될 시간이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실 수 있기를 바래요.
Q. 스스로가 지금이 멈출 때라는 걸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임보미 님 맞아요. 멈추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으면 멈추지 않지요. 스스로가 멈추며 사는 법을 모른다는 것 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이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하시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 각자의 마음에 씨앗이 심어질 수 있도록요.
place1-3에서 진행된 [도시 명상] 프로그램의 순간
Q.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처음에 이 공간에서 무엇을 보고 저희에게 연락을 해주셨는지 궁금합니다.
임보미 님 [도시 명상]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하던 때에 프로그램과 알맞는 공간을 열심히 찾고 있었어요. 그리고 지난 겨울,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place1-3 공간을 보게 된거예요. 그 때가 한창 [크리스마스 콘서트]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을 때였어요. 공간 생김새나 활용이 재미있어서 홈페이지에 들어갔죠. 신사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게 놀라웠어요. 사실 처음에는 아무나 오갈 수 있는 곳인 줄 모르고 방문을 미루다가 프로그램이 구체화되면서 고민 없이 연락을 드리게 된 거였어요. 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 곳에 입점된 브랜드와 제품들이 전부 도시 명상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거든요. 그렇다면 [도시 명상]과 [나] 라는 브랜드 역시도 입점을 도전해볼만 하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제안을 드리고 미팅을 나누기 위해 공간에 방문했던거예요. 우선 가장 좋았던 부분은 바로 [도시 명상] 프로그램이 이야기하는 ‘느린 시간’에 대한 설득력이 생길 수 있다는 거였어요. 예를들어 제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책상을 치우고 요가를 하게 된다면 [도시]라는 테마와는 잘 맞아도 [느린 시간]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질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place1-3공간은 마치 ‘밖은 저렇게 빠르게 돌아가지만, 지금 여기에 이렇게 고요한 공간도 있어요. 우리는 이런 고요한 공간처럼 내 마음을 잠깐 쉬게 할 필요가 있어요.’ 하고 말을 걸어오는 듯 했어요.
Q. 사실 저희마저도 처음에는 이 곳에서 요가와 명상프로그램을 운영하신다니 생소하게 느껴졌었어요. 테이블에 둘러앉아 하는 수업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테이블을 치웠을 때도 활용도가 높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들이 있었는데, 확신있게 제안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임보미 님 무엇보다 공간을 꾸려나가는 의도나 에너지와 결이 잘 맞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 결이 제가 [도시 명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잘 맞았기 때문에 저도 잘 녹아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웃음)
[도시 명상]의 여러가지 프로그램 중 ‘달리기 명상’의 한 장면. 잠원 한강공원에서 진행된다. (사진 제공 : 양광석 @guang0)
Q. 처음 함께 도시명상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한지 6개월의 시간이 흘렀어요. 그 시간을 뒤돌아봤을 때 정말 좋은 순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임보미 님 저와 [도시 명상] 수업을 함께 하셨던 분들이 뒤이어 [도시 명상]의 다른 프로그램을 들어보시거나, 요가와 명상이 더 궁금해져서 전문적으로 배워보기로 하시는 모습들이 인상에 남아요. 사람들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영감을 주는게 목적이었는데, 그게 조금은 이루어지는 기분이었거든요.
저는 그저 열심히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혹시나 무언가를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면 그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 사례들을 봤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것 같아요. 감동적이기도 하고요, 뿌듯해요.
Q. 선생님이 보내는 메세지를 받아들이고 누군가가 무언가를 한 번 시도해본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기쁨일 것 같아요.
임보미 님 맞아요. 저는 보다 많은 사람이 한 번이라도 명상을 경험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고 싶어요. 그 한 번의 경험 이후에 삶과 계속해서 연결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아예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그러니 그 한 번을 함께하고 싶어요.
도시 명상 프로그램 살펴보기
instagram | @dosi_meditation / @imbommi
website | do-si.me
좋아하는 시간 속에 담긴 나를 알아차리기 위하여
Q. 보미님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임보미 님 안녕하세요, 저는 요가와 명상의 안내자 임보미 입니다. 지금은 [도시 명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삶과 일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영감을 드리고 있습니다.
Q. [도시 명상]은 무엇을 하는 프로그램인가요?
임보미 님 [도시 명상] 프로그램은 [빠른 도시의 일상에서 느린 시간을 만드는 명상적 취미 활동]이라는 카피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정말 말 그대로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가 길을 걸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바라보고 걸으면 걸음이 굉장히 빨라져요. 하지만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의식하다 보면 걸음이 꽤 느려집니다. 그리고 저는 이 느림의 순간이 결국 명상의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도시 명상]은 움직이는 모든 활동에서 이런 느림의 순간들을 함께 발견해보자는 프로그램이에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의식적으로 사는 세상은 느려질 것이기에, [빠른 도시의 일상에서 느린 시간을 만드는 명상적 취미 활동, 도시 명상]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Q. [명상] 앞에 [도시]라는 단어가 붙은 것이 굉장히 특색있다고 생각했어요. 도시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명상의 방법이 있는 걸까요?
임보미 님 도시에서만 할 수 있는 도시 명상의 방법이 있지는 않아요. 다만 도시는 모든 게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느리게 흘러가는 찰나의 시간을 더욱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대비가 더욱 잘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명상이라고 하면 정말 진지하게 마음을 먹어야 할 것 같고, 무언가 특정한 방식이 있거나 고리타분할 것 같잖아요. 하지만 조금만 넓게 바라보면 빠른 도시 속에서 느끼는 작은 느림의 순간도 얼마든지 명상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Q. 일상 속 사소한 순간도 명상이 될 수 있군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순간이 명상이 될 수 있을까요? 조금의 힌트가 있다면 더 알아차리기 쉬울 것 같아요.
임보미 님 음, ‘눈앞의 상황을 온전히 즐겼던 경험’이라고 할까요? 다른 생각 없이 현재에 몰입하는 순간들이요. 내가 지금 눈으로 보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충분히 알아차리고 느끼는 것이 명상의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지난번에 제가 올린 인왕산의 3분 초 쉼터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시고는 어디냐고 물어보셨잖아요, 실제로 갔다 오시기도 했고요. 예를 들면, 그런 곳에 가는 이유를 생각해보는 거예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내가 왜 이곳에 가려고 하는 걸까’에 대해서 주체적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에요. 조금 더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주체적으로 느끼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시간이요.
Q. ‘인왕산 3분초 쉼터를 왜 갔는가?’ 그러고보니 굳이 질문해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냥 좋아 보여서’라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들기까지 무수한 생각의 단계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임보미 님 맞아요. ‘나는 왜 그 공간이 좋아 보였을까?’, ‘왜 내가 이곳에 가고 싶어 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요. 그런 질문을 통해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고, 그렇기에 지금 내가 이것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아채는 거예요.
저는요, 정말 바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어요.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였거든요. 일정하지 않은 근무 일정 사이에 달리기하러 다니고, 수영하고, 자전거 타고, 요가도 하고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왜 그렇게까지 했는데? 그래서 뭐가 남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물론 몸이 건강해진 건 있어요).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그렇게까지 노력했어야 했는지 되묻게 되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항상 한 걸음 물러서서, 내가 지금 이걸 왜 하려고 하는지 자신에게 물어요. 지금 시간이 남았으니까 빨리 뭐라도 해 오늘 몫의 운동하는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또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행동하기보다 그저 순수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순간을 만끽하는 것. 그 마음가짐의 차이가 어마어마 하더라고요.
Q. 마음가짐의 차이라니,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임보미 님 잠시 말씀드렸듯이 저는 간호학과를 나왔어요. 간호학과의 시간표는 거의 고등학교와 같아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표가 굉장히 촘촘하게 짜여져있거든요. 수업이 끝나면 과제하고, 공부하고, 쪽지시험을 봅니다. 저를 포함한 모두가 참 치열하고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저는 가끔 그게 너무 힘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 저에게 운동은 공부에서 잠시 멀어져도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좋은 합리화의 수단이었어요. 공부를 쉬어가는 이유가 운동이라면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했던거예요. ‘이 것도 나를 위한 거지, 내가 열심히 사는 방법 중에 하나잖아’라고 되뇌이면서요. 그래서 정말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마라톤 완주도 하고, 수영도 했고요, 자전거도 타면서 철인 3종 경기까지 출전했습니다.
그런데 되돌아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때의 저는 그저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매몰되었던 것 같아요. ‘내 친구들도 다 열심히 살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다 열심히 살고,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저렇게 치열하게 사는데, 내가 이 시간에 놀면 안돼. 게을러지면 안돼. 뭐라도 열심히 해야돼.’ 라는 생각이요. 만약에 하루에 목표한 운동량을 채우지 못하면 죄책감도 가지게 되고요.
그런데 요가와 명상을 배워가면서 그 생각 뒤에 숨은 마음을 알아차렸어요. 그 모든 게 사실 진정으로 나를 위한 운동이 아니라, 쉼에 대한 합리화, 또는 열심히 사는 사람 처럼 보여지고 싶었던 저만의 방어 체계였던거예요. 그 알아차림 이후부터는 그 시간을 온전히 즐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보여지기 위해 무언가를 하기 보다 그 순간을 내가 즐기기 위해서 하자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체력을 깎아먹어가면서까지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딱 기분 좋을 만큼만. 오늘 날이 너무 좋으면 그 날씨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만큼만 뛰고, 씻고, 출근하고요. 퇴근을 하고 밖에 나왔는데 몸이 찌뿌둥하다면 자전거를 타면서 바람을 맞는거예요.
이 마음을 알아차리고나면 하루 중 꽤나 많은 순간이 훨씬 자유로워지고, 충만해집니다. 이 마음이 [도시 명상] 프로그램의 큰 영감이 되어주었어요. 등산과 프리다이빙 같이 일상과 맞닿은 취미활동을 중심으로 [도시 명상] 프로그램을 꾸려나가고 싶은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만약 내가 등산을 좋아한다면 그 등산을 왜 좋아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 시간에 내가 있을 수 있는지 알아차리게 해드리고 싶었거든요.
Q. 말씀해주신 프로그램 중 등산과 명상을 조합한 클래스가 조금 더 궁금해요. 어떤 걸 경험할 수 있는건가요?
임보미 님 보통 등산의 목표는 정상 완등인 경우가 많아요. 그 과정들 속에서도 계속해서 ‘뭐 먹지? 정상에 얼른 가고 싶다. 잠깐 쉬었다가 정상에 가야지. 아 저 나무 되게 예쁘다. 그런데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등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이번 등산 명상 프로그램에서는 앞으로 오를 산의 정상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 집중했습니다.
우선 계단이 정말 많은 산을 활용했어요. 방법은 이래요. 시선을 아래로 두고 열 다섯 계단을 오른 다음 허리를 펴고 뒤를 돌아봐요. 그다음 열 다섯 계단을 하나, 둘, 셋, 넷 카운트하면서 올라가고, 그리고 다시 허리를 펴고 뒤를 봐요. 내가 어디쯤 올라가고 있는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계속 확인하는 거예요. 정상이 미래라면 지금 내가 밟고 있는 땅은 현재이니 거기에 집중하는 거죠. 한 계단, 두 계단 숫자를 차근차근 세면서 등산하는 그 과정이 모두 내가 지금, 이 순간에 현존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정상에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거냐며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등산이 끝나고 나서는 모두들 정말 좋아하셨어요. 등산 명상을 경험하신 분들은 이 멈춤의 시간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숨가쁘게 바쁜 어느 날 문득 그 멈춤의 시간을 떠올리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열 다섯 계단을 오르고 뒤를 돌아봤던 것 처럼, 잠깐 나를 멈추고 돌아봐야 될 시간이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실 수 있기를 바래요.
Q. 스스로가 지금이 멈출 때라는 걸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임보미 님 맞아요. 멈추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으면 멈추지 않지요. 스스로가 멈추며 사는 법을 모른다는 것 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이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하시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 각자의 마음에 씨앗이 심어질 수 있도록요.
Q.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처음에 이 공간에서 무엇을 보고 저희에게 연락을 해주셨는지 궁금합니다.
임보미 님 [도시 명상]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하던 때에 프로그램과 알맞는 공간을 열심히 찾고 있었어요. 그리고 지난 겨울,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place1-3 공간을 보게 된거예요. 그 때가 한창 [크리스마스 콘서트]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을 때였어요. 공간 생김새나 활용이 재미있어서 홈페이지에 들어갔죠. 신사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게 놀라웠어요. 사실 처음에는 아무나 오갈 수 있는 곳인 줄 모르고 방문을 미루다가 프로그램이 구체화되면서 고민 없이 연락을 드리게 된 거였어요. 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 곳에 입점된 브랜드와 제품들이 전부 도시 명상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거든요. 그렇다면 [도시 명상]과 [나] 라는 브랜드 역시도 입점을 도전해볼만 하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제안을 드리고 미팅을 나누기 위해 공간에 방문했던거예요. 우선 가장 좋았던 부분은 바로 [도시 명상] 프로그램이 이야기하는 ‘느린 시간’에 대한 설득력이 생길 수 있다는 거였어요. 예를들어 제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책상을 치우고 요가를 하게 된다면 [도시]라는 테마와는 잘 맞아도 [느린 시간]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질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place1-3공간은 마치 ‘밖은 저렇게 빠르게 돌아가지만, 지금 여기에 이렇게 고요한 공간도 있어요. 우리는 이런 고요한 공간처럼 내 마음을 잠깐 쉬게 할 필요가 있어요.’ 하고 말을 걸어오는 듯 했어요.
Q. 사실 저희마저도 처음에는 이 곳에서 요가와 명상프로그램을 운영하신다니 생소하게 느껴졌었어요. 테이블에 둘러앉아 하는 수업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테이블을 치웠을 때도 활용도가 높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들이 있었는데, 확신있게 제안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임보미 님 무엇보다 공간을 꾸려나가는 의도나 에너지와 결이 잘 맞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 결이 제가 [도시 명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잘 맞았기 때문에 저도 잘 녹아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웃음)
Q. 처음 함께 도시명상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한지 6개월의 시간이 흘렀어요. 그 시간을 뒤돌아봤을 때 정말 좋은 순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임보미 님 저와 [도시 명상] 수업을 함께 하셨던 분들이 뒤이어 [도시 명상]의 다른 프로그램을 들어보시거나, 요가와 명상이 더 궁금해져서 전문적으로 배워보기로 하시는 모습들이 인상에 남아요. 사람들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영감을 주는게 목적이었는데, 그게 조금은 이루어지는 기분이었거든요.
저는 그저 열심히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혹시나 무언가를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면 그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 사례들을 봤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것 같아요. 감동적이기도 하고요, 뿌듯해요.
Q. 선생님이 보내는 메세지를 받아들이고 누군가가 무언가를 한 번 시도해본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기쁨일 것 같아요.
임보미 님 맞아요. 저는 보다 많은 사람이 한 번이라도 명상을 경험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고 싶어요. 그 한 번의 경험 이후에 삶과 계속해서 연결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아예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그러니 그 한 번을 함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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