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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연구소(Object Labs)와 물건

물건연구소 공방에 위치한 서랍장. 서랍장 안에는 임정주 대표와 김순영 대표가 모아온 작은 물건들이 가득하다.



언젠가 감자깎이도 베를린 가서 사신다는 말씀을 하셨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도구를 고르실 때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물건연구소 시작하면서 소비 패턴을 바꾸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기준은 딱 하나였어요. 20년, 30년 뒤에도 우리 집에 있을 수 있는 것 만 산다는 거에요. 우연히 ‘TOOLS’라는 책을 본 적이 있어요. 2권의 에디션을 가진 책인데, 그중 2권에 있는 물건은 제가 대부분 아끼고 아껴서 쓰는 물건들이 많더라고요. 그 책을 참고해서 도구를 샀던 건 아닌데, 희한하게도 그 책에 나와 있는 도구들은 제가 아껴 쓰는 것들이에요.



물건연구소 공방에 위치한 서랍장. 서랍장 안에는 임정주 대표와 김순영 대표가 모아온 작은 물건들이 가득하다.



도구와는 별개로 제가 수집하는 물건들도 있어요. 이 공방은 사실 수집하는 목적의 공간이예요. 이건 제가 수집하는 연필깎이, 경첩, 빈티지 라이터에요. 특히 이 빈티지 라이터는 지포 라이터랑 똑같아서 안에 기름을 넣으면 실제로 불이 붙어요. 되게 작아서, 예뻐서 샀어요. 돌 같은 것들도 좋아하고, 벌레도 모아요.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석기시대 화살촉도 있고, 공방 옆에 죽어있던 잠자리도 보관해놨어요. 벽에 박아서 후크로 사용할 수 있는 못도 있어요. 사실 이런 것들을 왜 샀는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그냥 끌려요. 비싼 걸 사거나 명품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보니 이런 물건들 사는 걸 되게 좋아해요. 사실 여기에 두지도 못한 스위치, 경첩, 후크 그런 게 뒤에 쌓여있어요. 왜 샀는지 모르겠고 어디에 쓸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사는 거죠.”



 

물건연구소 공방 전경


이런 물건들은 주로 어디서 구하시나요?

“공방에 놓인 이런 일본 장 같은 경우는 충주 고가구 경매장에서 구매했어요. 서울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월요일과 목요일 이틀 동안만 경매해요. 한 10㎞ 정도 되는 거리가 전부 경매장인데, 이어져 있다기보다는 20분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다 보면 하나 있고, 그다음 게 있고 하는 식이에요. 저희 공방에 있는 소반도 그곳에서 산 건데, 각각 오천 원이랑 만원이고, 작은 장은 3만5천 원이에요. 중간 치수의 장은 27만 원, 큰 장은 32만 원이고요. 서울은 소매상이고 충주가 도매상이라 가격은 충주가 훨씬 싸요. 충주는 해외의 버려진 창고를 누군가 들여와서 그 안을 열어봤을 때 랜덤하게 나오는 것들을 경매하는 곳이거든요.



말라버린 귤과 견과류 껍질, 유리공예 작품이 나무 트레이 위에 놓여져있다.



좋은 물건이 언제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는 거니까, 순영이랑 저는 정말 항상 눈 씻고 찾아다녀요. 저 뒤에 말라 비틀어진 과일 같은 건 귤이에요. 그 앞에 있는 건 너도밤나무의 못 먹는 밤이고요. 저희가 작년에 길 가다 주운 것들이에요. 길 가다가 보이는 예쁜 꽃도 있어요. 큰 기준은 없어요.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도 아니고, 주변에 관심을 가져야 보이는 것들이니까요. 최근에는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관심을 가지는 게 어려워질까 봐 걱정이긴 해요.”



테이프를 감아 수리한 수도꼭지마저 멋스럽다.



공방에 두시는 물건이 이 정도 이야기를 갖고 있다면, 집에 두시는 물건은 더 신중하게 구매하실 것 같아요.

“집에는 20년 30년 갈 수 있는 가구를 사서 두는 경우가 더 많아요. 저희도 결혼을 일찍 했기 때문에 처음 신혼집은 이케아로 도배했어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죠. 큰 이유는 가구를 고르는 기준이나 물건을 사는 기준이 많이 바뀌어서예요. 집의 한구석이 텅 빈 채로 있더라도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안 사고 그대로 두는 편이에요. 정말 마음에 드는 게 생기면 돈 모아서 하나 사고요. 공방은 작업을 위한 공방이니까 자극이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집만큼은 질리지 않는 물건으로 채우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물건연구소 김순영 대표



“순영이와 저의 가장 마지막 꿈은 우리가 살고 싶은 집 만들기에요. 우리가 좋아하는 물건이 가득하고, 우리가 들어갔을 때 재밌고, 정원도 있고, 동물도 있고, 손님도 초대하고, 전시도 하고, 작업실도 있고, 옥상도 있고, 높은 지역에 있어야 하고 이런 것들이 있어요. 엄청나게 큰 집이어야 되는 게 문제지만요(웃음).

대부분 가정에 있는 남편과 아내의 꿈은 애들을 잘 키우거나, 회사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올라서거나, 명예 혹은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 보통이잖아요. 하지만 순영이랑 저는 거진 24시간을 같이 생활하다 보니 꿈 하나를 같이 꾸게 되더라고요. 그게 바로 ‘집이 편했으면 좋겠다, 집은 우리 것이었으면 좋겠다, 집만큼은 질리지 않는 물건으로 채우고 싶다’ 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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