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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연구소와 물건 #2



언젠가 감자깎이도 베를린 가서 사신다는 말씀을 하셨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도구를 고르실 때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물건연구소 시작하면서 소비 패턴을 바꾸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기준은 딱 하나였어요. 20년, 30년 뒤에도 우리 집에 있을 수 있는 것 만 산다는 거에요. 우연히 ‘TOOLS’라는 책을 본 적이 있어요. 2권의 에디션을 가진 책인데, 그중 2권에 있는 물건은 제가 대부분 아끼고 아껴서 쓰는 물건들이 많더라고요. 그 책을 참고해서 도구를 샀던 건 아닌데, 희한하게도 그 책에 나와 있는 도구들은 제가 아껴 쓰는 것들이에요.





도구와는 별개로 제가 수집하는 물건들도 있어요. 이 공방은 사실 수집하는 목적의 공간이예요. 이건 제가 수집하는 연필깎이, 경첩, 빈티지 라이터에요. 특히 이 빈티지 라이터는 지포 라이터랑 똑같아서 안에 기름을 넣으면 실제로 불이 붙어요. 되게 작아서, 예뻐서 샀어요. 돌 같은 것들도 좋아하고, 벌레도 모아요.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석기시대 화살촉도 있고, 공방 옆에 죽어있던 잠자리도 보관해놨어요. 벽에 박아서 후크로 사용할 수 있는 못도 있어요. 사실 이런 것들을 왜 샀는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그냥 끌려요. 비싼 걸 사거나 명품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보니 이런 물건들 사는 걸 되게 좋아해요. 사실 여기에 두지도 못한 스위치, 경첩, 후크 그런 게 뒤에 쌓여있어요. 왜 샀는지 모르겠고 어디에 쓸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사는 거죠.”



 


이런 물건들은 주로 어디서 구하시나요?

“공방에 놓인 이런 일본 장 같은 경우는 충주 고가구 경매장에서 구매했어요. 서울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월요일과 목요일 이틀 동안만 경매해요. 한 10㎞ 정도 되는 거리가 전부 경매장인데, 이어져 있다기보다는 20분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다 보면 하나 있고, 그다음 게 있고 하는 식이에요. 저희 공방에 있는 소반도 그곳에서 산 건데, 각각 오천 원이랑 만원이고, 작은 장은 3만5천 원이에요. 중간 치수의 장은 27만 원, 큰 장은 32만 원이고요. 서울은 소매상이고 충주가 도매상이라 가격은 충주가 훨씬 싸요. 충주는 해외의 버려진 창고를 누군가 들여와서 그 안을 열어봤을 때 랜덤하게 나오는 것들을 경매하는 곳이거든요.





좋은 물건이 언제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는 거니까, 순영이랑 저는 정말 항상 눈 씻고 찾아다녀요. 저 뒤에 말라 비틀어진 과일 같은 건 귤이에요. 그 앞에 있는 건 너도밤나무의 못 먹는 밤이고요. 저희가 작년에 길 가다 주운 것들이에요. 길 가다가 보이는 예쁜 꽃도 있어요. 큰 기준은 없어요.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도 아니고, 주변에 관심을 가져야 보이는 것들이니까요. 최근에는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관심을 가지는 게 어려워질까 봐 걱정이긴 해요.”





공방에 두시는 물건이 이 정도 이야기를 갖고 있다면, 집에 두시는 물건은 더 신중하게 구매하실 것 같아요.

“집에는 20년 30년 갈 수 있는 가구를 사서 두는 경우가 더 많아요. 저희도 결혼을 일찍 했기 때문에 처음 신혼집은 이케아로 도배했어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죠. 큰 이유는 가구를 고르는 기준이나 물건을 사는 기준이 많이 바뀌어서예요. 집의 한구석이 텅 빈 채로 있더라도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안 사고 그대로 두는 편이에요. 정말 마음에 드는 게 생기면 돈 모아서 하나 사고요. 공방은 작업을 위한 공방이니까 자극이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집만큼은 질리지 않는 물건으로 채우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순영이와 저의 가장 마지막 꿈은 우리가 살고 싶은 집 만들기에요. 우리가 좋아하는 물건이 가득하고, 우리가 들어갔을 때 재밌고, 정원도 있고, 동물도 있고, 손님도 초대하고, 전시도 하고, 작업실도 있고, 옥상도 있고, 높은 지역에 있어야 하고 이런 것들이 있어요. 엄청나게 큰 집이어야 되는 게 문제지만요(웃음).

대부분 가정에 있는 남편과 아내의 꿈은 애들을 잘 키우거나, 회사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올라서거나, 명예 혹은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 보통이잖아요. 하지만 순영이랑 저는 거진 24시간을 같이 생활하다 보니 꿈 하나를 같이 꾸게 되더라고요. 그게 바로 ‘집이 편했으면 좋겠다, 집은 우리 것이었으면 좋겠다, 집만큼은 질리지 않는 물건으로 채우고 싶다’ 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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